그래, 듣고 보니 그래. 당신 말도 맞아. 위급한 상황에선 그렇게 할 수도 있는 거겠지. 단, 정말 응급 상황일 때만 말이야. 만약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처치를 한다면 그 자체가 위급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는 거잖아. 왜 그건 생각 못해. 왜 듣지를 않아. 당신 말처럼 그렇게 하고 난 후에 다른 더 많은 일을 하는 게 맞을지도 몰라. 하지만 우리는 '일'을 하는 게 아니잖아. 맞아, 맞아. 당신 말도 맞아. 하지만 한 명도 스쳐 지나가면서 열 명을 보겠다고 말하는 당신이 슬퍼. 이해까지는 바라지도 않아. 그저 수용이라도 해주길 바랄 뿐이었지. 두 번째로 말해봤지만, '역시'라는 느낌이야. 그런 당신 앞에서 입이 막히고 생각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어.
+ 윤리는 너무 어렵다. 실재도, 실제로도 어렵다. 답이 없는 문제지에서 답을 골라야 한다. 어쩔 수 없음을 당연하게 여기는 그 사람 앞에서 나는 또다시 바보가 되는 기분이었다. 이럴 때는 차라리 그런 것 따윈 안중에도 없는 그런 사람이 부럽기까지 하다. 그러면 최소한 이렇지는 않을 텐데. 먹먹하다, 마음이. 부끄럽다. 수면 위에 입만 동동 띄우는 내 자신이. |